SOME LIKE IT HOT! : Leonard Bernstein and his Tchaikovsky/Sibelius by 마르땡

<레너드 번스타인의 차이코프스키 후기 교향곡 박스 세트 커버 (좌측 상단)>
<이전에 개별로 발매된 4, 5, 6번 교향곡 오리지널 슬리브 (나머지)>
모든 표지 사진은 아마존닷컴(http://www.amazon.com/) 업어왔습니다.

장기간 TOP PRICE의 위용을 자랑하던 번스타인의 DG 녹음들. 그나마 말러는 세트 녹음이 몇십만원을 구가하던 한창 비싼 시절에 선물로 받아 쟁여놓고 있었지만 다른 작품집들은 사정이 달랐다. 카달로그에는 분명히 나와 있는데 그 모습 보기가 힘들었던 차이코프스키는 말할 것도 없고, 쇼스타코비치나 시벨리우스 녹음은 아예 절판 사태를 거듭해 한동안 구할수도 없었다. 수년 전 이를 각각 모아 염가 박스셋으로 발매한다는 소식에 우리 Lenny 영감 이제 떨이 신세인건가 (아주) 잠시 비통해하긴 했지만, 결국 감사하며 주문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다 이 때문. 돈 없는 학생 애호가 신세에 싸게 준다니 그저 좋아요... ^_^;;; 차이코프스키는 그 독특한 해석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어 전부터 꼭 구하고 싶던 앨범이었고, 시벨리우스는 그의 교향곡 자체를 들어 본 일이 없어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마침 궁금해하던 찰나였으니 지르기에 이보다 더 적기일 수 없었다. (다만 쇼스타코비치는 그 새를 못 참고 낱장으로 구해버렸다죠...) 결과적으로 나는 그의 끈적한 차이코프스키를 므라빈스키나 스베틀라노프의 것만큼이나 사랑하게 되었고 - 물론 해석의 방향은 매우 다르다. -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요즘같은 날에는 반드시 번스타인의 시벨리우스를 돌려 가며 듣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차가운 것은 뜨겁게 뜨거운 것은 더 뜨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그의 해석을 결코 모범적이거나 보편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는 사실마저 부정하기는 힘들다.

이토록 재기 넘치는 번스타인이지만 그의 연주를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일은 아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의 지휘 스타일은 주어진 작품의 악보를 성실하게 따르려하기 보다는 작곡가의 입장에서 - 번스타인 스스로가 이미 실력있는 작곡가이기도 했다. - 악상과 템포를 재구성하고 원작자의 지시와는 무관한 자신의 감상을 들이 붓는 것이었기 때문. 실제로 그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종악장의 연주 시간은 17분이 넘는 것으로 다른 녹음 (ex> 므라빈스키 DG 9'45", 카라얀 70년대 DG 9'59", 카라얀 80년대 9'43")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여 지나치게 늘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을 수 없이 받아왔다. 시벨리우스, 특히나 애호가들이 유난히 많은 2번 교향곡의 경우에도 그의 해석은 작곡자가 의도한 명민함과는 거리가 멀며 멀쩡한 작품을 닭살 돋는 신파극으로 몰아가는 등 제멋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신랄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대신 그는 음악 표층의 매끌매끌한 광택 보다는 그 곡의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갖가지 모습을 굵은 뼈대와 육중한 무게로 우리 앞에 가져다주는데 관심이 있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849, 류태형씨의 네이버캐스트 글에서 일부 인용) 더불어 번스타인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 조차도 '뭔가 색다른 해석을 원하면 번스타인이 해답'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http://www.amazon.com/review/R39FRZIDGFOVQG/ref=cm_cr_dp_title?ie=UTF8&ASIN=B0001WGDXK&nodeID=5174&store=music, 아마존 음반평 참고) 앞에서 소개한 차교 6번 4악장의 연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길이를 자랑한다지만, 실제로 악보상에 표기된 'Adagio Lamentoso (매우 느리게 탄식하듯이)'라는 기호의 의미를 그 보다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는 지휘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시교 2번 2악장 중반부나 7번 5악장에서 보이는 숨 넘어갈 듯한 느림의 미학, 그리고 빠른 악장으로 넘어 오기 무섭게 손을 쥐락 펴락하게 만드는 절묘한 앙상블 역시 번스타인 아니면 그 누구도 쉽게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연주 대부분을 금관이 유난히 시원한 빈필, 뉴욕필과 함께 한 덕분에 절대 다수의 서유럽 혹은 미국 출신 지휘자들의 해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렬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 쯤 되면 부족한 점을 찾기가 더 어렵다고 본다. 굳이 지적하자면 중독성이 워낙 강하고 다소 컬트적인 면이 있기에 오히려 다른 정상적인(?) 해석이 낯설게 느껴질 위험(??)이 있다는 것 정도. 결국 클래식 음악 역시 감정의 산물이며 작곡가의 주장과 심리가 담긴 피조물임을 이해한다면 번스타인의 접근방식이 '생소할'수는 있어도 '무가치하다'거나 '불가해하다'고 평하기란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그러니까 당신이 이미 차이코프스키와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서너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추천! 녹음도 괜찮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 당신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 음악의 교조주의나 정통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자에게 분명 번스타인의 연주는 답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다만 포장이 성의없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무지 아프다. 염가 박스셋에 쥬얼 케이스까지 바라지는 않았지만, Lenny옹의 광팬이 아닌 이상에야 CD마다 박힌 그의 얼굴보다는 환장하게 멋진 오리지널 커버가 탐나는 것이 사실... 그러니 이미 비싼 가격 주고 낱장 구매하신 분들 배 아파 마시길. 저렇게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북구의 풍경 한 세트를 집에 모셔두신 거임 ㅠㅠㅠ 가끔은 차교 4번의 세기말스러운 석양이나 6번의 저 몽환적인 설국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따로 마련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니 이쯤되면 병이다, 병. 질 좋은 프린터로 뽑아나 둘까... 그래도 요점은 그저 강추라는 것!!

<레너드 번스타인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박스 세트 커버 (좌측 상단)>
<이전에 개별로 발매된 1, 2, 5, 7번 교향곡 오리지널 슬리브 (나머지)>


너무나도 강렬한 번스타인의 시벨리우스 2번 교향곡 3/4악장 연주. 고릿적 연주가 음질도 좋네 세상에...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다, 진짜루.


덧글

댓글 입력 영역